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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디지털 금융의 척추, 현황 분석 및 2025년 이후 전망

by People For Rest 2025.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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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 디지털 금융의 척추, 현황 분석 및 2025년 이후 전망



Executive Summary

 

이 블로그 글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 대한 심층 분석과 미래 전망을 제공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전통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블록체인 기술의 효율성을 결합하여,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과 실물 경제를 잇는 교량 역할을 수행한다. 2025년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총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거래, 결제, 탈중앙화 금융(DeFi) 등 다양한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서 스테이블코인을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각각의 작동 메커니즘과 내재된 리스크를 분석한다. 첫째,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예: USDT, USDC)은 발행사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며, 준비금 투명성과 중앙화된 주체의 운영 리스크가 핵심 과제이다. 둘째,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예: DAI)은 탈중앙화를 추구하지만, 담보 자산의 가격 변동성과 시스템의 자본 효율성 문제가 상존한다. 셋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테라(Terra)/루나(LUNA) 사태를 통해 그 모델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내며 사실상 실패한 실험으로 평가된다.

스테이블코인의 활용 사례는 암호화폐 거래소 내 기축통화 역할을 넘어, 전통 금융 시스템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국경 간 결제 및 송금 분야에서 기존 시스템 대비 압도적인 속도와 저렴한 수수료를 바탕으로 파괴적 혁신을 이끌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신흥 시장에서는 가치 저장 수단 및 금융 포용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래 전망의 핵심 변수는 규제와 지정학이다. 미국은 'GENIUS Act'를 통해 민간 스테이블코인 혁신을 장려하고 이를 달러 패권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반면, 유럽연합은 'MiCA' 법안을 통해 역내 통화 주권을 보호하고 디지털 유로(CBDC)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상반된 정책 방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제 및 정책의 분기는 향후 글로벌 디지털 금융의 지형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암호화폐 시장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미래 디지털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구성 요소로 진화했다. 이 글은 투자자, 금융 기관,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다층적인 기회와 리스크를 이해하고, 다가오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통찰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 스테이블코인의 이해: 디지털 자산 시장의 앵커



1.1. 스테이블코인의 정의와 경제적 기능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그 가치가 미국 달러와 같은 특정 법정화폐나 금과 같은 실물 자산에 연동(pegging)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의 한 종류이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목표는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며, 이는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전통적인 암호화폐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지점이다. 이들은 종종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과 안정적인 전통 금융 시스템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수행하며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필수불가결한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 역할을 한다. 가격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상거래나 서비스 대금 결제에 사용될 수 있으며, 이는 가치가 수시로 변동하는 비트코인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했던 기능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낮은 수수료로 국경을 넘어 가치를 이전할 수 있다는 장점과 결합되어 강력한 결제 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진다.

둘째, 안정적인 가치 저장 수단(Store of Value)으로 기능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질 때, 자신의 자산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여 가치를 보존할 수 있다. 이는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현금과 유사한 '안전 자산'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자산 포트폴리오 관리의 안정성을 크게 높여준다.

셋째, 일관된 회계 단위(Unit of Account)를 제공한다.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토콜이나 대체불가토큰(NFT) 마켓플레이스에서 모든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스테이블코인으로 표시함으로써, 사용자들은 가치 변동에 대한 걱정 없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복잡한 디지털 자산 시장에 예측 가능성과 명확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의 효율성(빠른 속도, 낮은 비용, 검열 저항성)과 전통 화폐의 안정성을 결합함으로써, 디지털 자산의 대중적 채택과 실용적 활용을 촉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2. 변동성 암호화폐(비트코인, 이더리움)와의 근본적 차이점 분석

 

스테이블코인과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변동성 암호화폐는 동일하게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설계 철학, 목적, 리스크 프로파일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가장 명백한 차이는 가치 안정성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치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결정되며, 이는 극심한 가격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변동성은 투기적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일 수 있으나,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담보, 암호화폐 초과 담보, 알고리즘 등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가치를 특정 자산에 고정시켜 변동성을 의도적으로 최소화한다.

두 번째 차이는 핵심 목적과 사용 사례에 있다. 비트코인은 종종 '디지털 금'으로 비유되며, 탈중앙화된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둔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컨트랙트 기능을 통해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DApp)을 구동하는 '세계 컴퓨터'와 같은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이에 반해 스테이블코인은 교환의 매개로서의 거래적 효용성(transactional utility)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들은 결제, 송금, 거래, 저축 등 예측 가능성이 요구되는 금융 활동에서 최상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차이는 리스크 프로파일의 차이로 이어진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높은 시장 리스크(market risk)를 내포하고 있어 투자자들은 급격한 가격 하락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시장 리스크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그 대신 다른 유형의 리스크를 도입한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의 파산이나 규제 압력과 같은 거래상대방 리스크(counterparty risk)를,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담보물의 가치 하락에 따른 청산 리스크(liquidation risk)를, 그리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설계 모델 자체가 붕괴할 수 있는 모델 리스크(model-failure risk)를 안고 있다.

결론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초기 암호화폐가 대중적인 교환 매체로 기능하는 데 실패했다는 시장의 암묵적인 인정을 반영한다. 비트코인 지지자들이 꿈꿨던 'P2P 전자 현금 시스템'의 비전은 그 극심한 변동성 때문에 실현되지 못했다. 시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대안을 만들어냈고, 그 시가총액은 수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으며 거래량은 주요 결제 네트워크와 경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자산 클래스의 출현이 아니라, 암호화폐 산업 전체의 방향 수정이라 할 수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절대적인 탈중앙화보다는 전통 자산의 안정성과 암호화폐 기술의 효율성이 결합된 형태를 선택했으며, 이는 대중적 채택을 위해서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1.3.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기회와 본질적 한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디지털 금융의 미래를 재편할 막대한 기회를 품고 있지만, 동시에 극복해야 할 명백한 한계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가장 큰 기회는 금융 포용(Financial Inclusion)의 확대에 있다. 은행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거나 자국 통화의 가치가 불안정한 신흥 시장의 수십억 인구에게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 달러 기반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통적인 은행 인프라 없이도 가치를 저장하고, 전 세계로 송금하며,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존 금융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느리고 비싼 국경 간 결제 및 송금을 혁신하여 글로벌 상거래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전망 이면에는 여러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규제 불확실성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전 세계 정부와 금융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 금융 안정성, 소비자 보호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며 규제 체계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발행사와 사용자 모두에게 불확실성을 야기한다.

둘째, 중앙화에 대한 우려이다. 특히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소수의 중앙화된 발행사에 의해 통제된다. 이는 사용자들이 발행사가 주장하는 준비금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신뢰해야 함을 의미하며, 검열이나 자산 동결과 같은 중앙화된 통제의 위험에 노출된다.

셋째, 전통 금융 인프라에 대한 역설적 의존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종종 전통 은행 시스템을 우회하거나 대체하는 기술로 묘사되지만, 법정화폐 담보 모델은 그 준비금을 보관하기 위해 전통 은행에 의존한다. 이는 규제 당국이 해당 은행 파트너를 압박할 경우 스테이블코인 운영이 중단될 수 있는 취약점을 만들어낸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다양한 리스크를 내포한 여러 모델을 하나의 안전한 자산처럼 보이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용어는 특히 일반 투자자들에게 안정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실제로 법정화폐 담보 코인은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암호화폐 담보 코인은 담보물 변동성 리스크를, 그리고 알고리즘 코인은 치명적인 모델 붕괴 리스크를 각각 안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는 '안정적' 자산에서 나오는 고수익이라는 약속에 이끌린 상대적으로 지식이 부족한 투자자들이 알고리즘의 근본적인 리스크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장 큰 피해를 입었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따라서 산업과 규제 당국의 핵심 과제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단일 용어를 넘어,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리스크 기반의 명확한 분류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2. 스테이블코인 유형별 메커니즘 및 리스크 심층 분석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사용하며, 이는 각기 다른 장점과 리스크 프로파일로 이어진다. 이 섹션에서는 법정화폐 담보, 암호화폐 담보, 그리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작동 원리와 내재된 위험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Table 1: 유형별 스테이블코인 핵심 특징 비교

 

특징
(Feature)
법정화폐 담보
(Fiat-Collateralized)
암호화폐 담보
(Crypto-Collateralized)
알고리즘
(Algorithmic)
작동 메커니즘 1:1 비율의 법정화폐 준비금 보유 암호화폐 초과 담보 설정 알고리즘 기반 공급량 조절
주요 사례 USDT (Tether), USDC (USD Coin) DAI (MakerDAO) TerraUSD (UST) (역사적 사례)
핵심 장점 단순성, 직관적 안정성 탈중앙성, 온체인 투명성 자본 효율성 (이론적)
핵심 리스크 중앙화, 거래상대방 리스크 담보물 변동성, 청산 리스크 모델 실패, '죽음의 소용돌이' 리스크
신뢰 모델 발행사 및 감사 기관에 대한 신뢰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 및 담보물에 대한 신뢰 경제 모델 및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

 

2.1.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신뢰 기반 모델의 명과 암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가장 직관적이고 널리 사용되는 모델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유통되는 코인과 1:1 비율로 실제 법정화폐(주로 미국 달러)나 단기 국채와 같은 매우 유동적인 현금성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것이다. 사용자가 1달러를 발행사에 보내면 발행사는 1개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minting)해주고, 반대로 사용자가 1개의 스테이블코인을 반환하면 1달러로 상환(redemption)해준다. 이 모든 과정은 중앙화된 발행사에 의해 관리된다.

이 모델의 신뢰성은 전적으로 발행사가 약속대로 준비금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증명에 달려있다. 이를 위해 발행사들은 신뢰할 수 있는 회계법인을 통해 정기적인 감사(Audit) 또는 증명(Attestation) 보고서를 발행한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체인링크(Chainlink)와 같은 오라클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준비금 상태를 실시간으로 온체인에 기록하고 검증하는 준비금 증명(Proof of Reserve, PoR)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이는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수동 감사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보안을 제공한다.

시장을 주도하는 두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서클(USDC)은 이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 Tether (USDT): 시가총액과 거래량 기준 압도적인 시장 1위인 USDT는 준비금으로 미국 국채, 현금성 자산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금 등 다양한 자산을 혼합하여 보유하고 있다. 과거 준비금의 구성과 투명성 문제로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고 벌금을 부과받은 바 있으며, 이는 USDT의 리스크 요인으로 꾸준히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점 효과와 글로벌 거래 시장에서의 깊은 유동성을 바탕으로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 Circle (USDC): USDC는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다. 준비금은 전액 현금과 단기 미국 국채로만 구성되며, 블랙록(BlackRock), 뉴욕멜론은행(BNY Mellon)과 같은 전통 금융 대기업이 관리하고, 세계 4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Deloitte)가 매월 감사를 진행한다. 이러한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기관 투자자나 규제 준수가 중요한 서비스에서 선호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리 잡았다.

법정화폐 담보 모델의 본질적인 리스크는 중앙화에서 비롯된다.

첫째, 거래상대방 리스크는 발행사나 준비금을 보관하는 수탁 기관이 파산할 위험을 의미한다.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 서클이 33억 달러의 준비금을 해당 은행에 예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USDC의 가치가 일시적으로 1달러 아래로 떨어졌던(de-pegging) 사건은 이 리스크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둘째, 운영 리스크는 발행사가 해킹, 사기, 또는 경영 실패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단일 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규제 리스크는 발행사가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확인(KYC) 규제의 대상이 되며, 정부의 조치에 따라 자산이 동결되거나 운영이 중단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

 

2.2.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탈중앙화의 이상과 현실

 

암호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담보 모델의 중앙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다. 이 모델은 법정화폐 대신 이더리움(ETH)과 같은 다른 암호화폐를 담보로 스마트 컨트랙트에 예치하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 담보로 사용되는 암호화폐 자체의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초과 담보(over-collateralization) 방식을 채택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100달러 가치의 스테이블코인(DAI)을 발행하기 위해 150달러 가치의 이더리움을 담보로 예치해야 한다. 만약 담보물의 가치가 사전에 설정된 특정 임계치(예: 담보 비율 125%) 이하로 하락하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담보물을 매각(청산)하여 부채를 상환하고 스테이블코인의 페그를 유지한다.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메이커다오(MakerDAO)스테이블코인 다이(DAI)이다. DAI는 가장 성공적인 탈중앙화 스테이블코인으로, 메이커다오라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DAO)에 의해 관리된다. 메이커다오의 거버넌스 토큰인 MKR 보유자들은 안정성 수수료, 담보 자산 종류 등 시스템의 핵심적인 리스크 변수들을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초기에는 이더리움만을 담보로 받았지만, 현재는 USDC를 포함한 다양한 자산을 담보로 받는 다중 담보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이는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의존성을 만들어냈다.

이 모델의 가장 큰 장점은 탈중앙성이다. 전통 은행이나 중앙화된 발행사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검열 저항성이 높고, 모든 거래와 담보 현황이 블록체인 상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누구나 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리스크 또한 존재한다.

첫째, 담보물 변동성 리스크이다. 이더리움과 같은 담보 자산의 가격이 급락할 경우, 대규모 연쇄 청산이 발생하여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페그가 깨질 수 있다. 

둘째, 자본 비효율성이다. 초과 담보 요구 조건은 막대한 양의 자본이 시스템에 묶여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없음을 의미하며, 이는 시스템의 확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셋째, 스마트 컨트랙트 리스크이다. 전체 시스템이 복잡한 스마트 컨트랙트 코드에 의해 운영되므로, 코드에 버그나 취약점이 존재할 경우 해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DAI 담보 자산의 진화 과정은 스테이블코인 설계의 근본적인 트릴레마(trilemma)를 보여준다. 즉, 탈중앙성(Decentralization), 자본 효율성(Capital Efficiency), 안정성(Stability) 세 가지를 동시에 완벽하게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탈중앙화된 자산인 이더리움만으로 운영되던 초기 DAI는 2020년 3월의 '검은 목요일' 시장 붕괴 당시 심각한 불안정성을 겪었다. 이후 메이커다오는 안정성과 유동성이 높은 중앙화 스테이블코인 USDC를 담보 자산의 60% 이상으로 편입하는 실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는 DAI의 페그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켰지만, 동시에 탈중앙화라는 초기 이념에서 한발 물러나 서클(Circle)이라는 중앙화된 주체의 거래상대방 리스크와 규제 리스크에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순수한 탈중앙성이 안정성과 확장성을 담보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가장 회복력 있는 시스템은 서로 다른 모델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2.3.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실패한 실험의 교훈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별도의 담보 자산 없이, 오직 알고리즘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공급과 수요를 조절하여 가치를 1달러에 고정시키려는 가장 야심 찬 시도였다. 가장 유명했던 테라(Terra) 모델은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D(UST)와 변동성 거버넌스 토큰인 루나(LUNA)라는 이중 토큰 시스템을 사용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차익 거래 메커니즘이었다. 만약 UST 가격이 1달러를 초과하면, 사용자는 1달러 가치의 LUNA를 소각하고 1 UST를 발행하여 시장에 팔아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반대로 UST 가격이 1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 사용자는 시장에서 1 UST를 1달러보다 싸게 사서 시스템에 상환하고 1달러 가치의 LUNA를 받아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이 메커니즘은 2022년 5월, 테라/루나 붕괴 사태를 통해 그 치명적인 취약성을 드러냈다. 시스템은 두 가지 잘못된 가정 위에 세워져 있었다. 첫째는 앵커 프로토콜(Anchor Protocol)이 제공하는 비현실적인 19.5%의 예치 이자율에 의해 인위적으로 유지되는 UST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였고, 둘째는 LUNA의 가치가 영원히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그러나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침체 속에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자, 앵커 프로토콜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뱅크런)이 시작되었다. 막대한 양의 UST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UST의 페그가 깨졌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차익 거래 메커니즘이 작동하여 기하급수적인 양의 LUNA가 새로 발행되었다. LUNA 공급량의 폭증은 LUNA 가격의 폭락을 초래했고, 이는 다시 UST를 뒷받침할 LUNA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붕괴시켰다. 이러한 파멸적인 피드백 루프가 바로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이며, 단 며칠 만에 400억에서 500억 달러에 달하는 가치가 증발하는 결과를 낳았다.

테라 사태는 알고리즘 모델이 시장의 신뢰라는 변덕스러운 요소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뱅크런 상황을 견뎌낼 실물 담보가 부재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취약하고 치명적인 붕괴에 이를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는 단순히 알고리즘의 실패가 아니라, 지속 불가능한 경제 모델의 실패였다. 앵커 프로토콜의 높은 이자율은 시스템의 취약성을 가리는 '독이 든 꿀단지' 역할을 했고, 막대한 자본을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끌어들여 붕괴 시 피해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웠다. 이 사건은 개방적이고 조합 가능한 DeFi 세계에서 잘못된 인센티브를 가진 단일 프로토콜이 생태계 전체에 시스템적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3. 시장 현황과 핵심 활용 사례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의 틈새 상품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성장했다. 2025년 현재 시장 규모, 주요 플레이어, 그리고 핵심 활용 사례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3.1. 2025년 시장 규모, 성장 동력 및 주요 플레이어 분석

 

2025년,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총 시가총액은 2,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일부 집계에서는 2,400억 달러를 상회하는 등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탈중앙화 금융(DeFi)의 확장, 국경 간 결제에서의 채택 증가, 그리고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 증대에 힘입은 결과이다. 연간 온체인 거래 처리량은 이미 비자(Visa)와 같은 주요 전통 결제 네트워크를 넘어섰으며, 수조 달러 규모의 가치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이전되고 있다.

시장은 소수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들의 전략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Table 2: 주요 스테이블코인(USDT, USDC, DAI) 비교 분석

 

지표 (Metric) Tether (USDT) Circle (USDC) MakerDAO (DAI)
발행사 Tether Limited Circle (Coinbase 파트너) MakerDAO Protocol (탈중앙화)
시가총액 (2025년 2분기) 약 $1,400억 ~ $1,560억 약 $560억 ~ $610억 약 $53억
시장 점유율 60~65% 이상 20~25% 3~4%
준비금 구성 혼합 자산 (미국 국채, 현금성 자산, BTC, 금 등) 현금 및 단기 미국 국채 다중 암호화폐 담보 (ETH, USDC 등)
투명성/감사 현황 분기별 증명 보고서 월별 감사 (Deloitte) 온체인 실시간 검증 가능
주요 활용 사례 글로벌 거래소 유동성, 신흥 시장 송금 기관 금융, 규제 준수 DeFi 온램프 순수 DeFi,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출처: https://www.binance.com/en/square/post/24202214947777

 

  • Tether (USDT): USDT는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의 1위이다. 그 힘은 선점 효과에서 비롯된 깊은 유동성과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에 있다. 특히 트론(Tron)과 같은 저비용 블록체인을 통한 글로벌 송금 및 거래소 간 자금 이동에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준비금 투명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사용성과 접근성이 필요한 시장(특히 신흥 시장 및 고빈도 거래 환경)에서는 USDT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통용된다.

 

  • Circle (USDC): USDC는 투명성과 규제 준수를 무기로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국 금융 당국의 규제 틀 안에서 운영되며, 준비금 전체가 안전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기적인 감사를 받는다는 점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높은 신뢰를 준다. 이로 인해 USDC는 제도권 금융과 DeFi를 연결하는 주요 온램프(on-ramp) 역할을 하고 있다.

 

  • DAI: DAI는 시가총액 규모는 작지만,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 내에서 상징적인 중요성을 가진다. 중앙화된 주체 없이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순수 DeFi'를 지향하는 사용자들에게 선호된다.

 

  • 신흥 주자: 페이팔(PayPal)의 PYUSD, 이더나(Ethena)의 USDe와 같은 새로운 스테이블코인들이 등장하며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여전히 역동적이며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2. 탈중앙화 금융(DeFi)의 핵심 기축통화 역할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 금융(DeFi) 생태계의 혈액과도 같다. DeFi의 핵심 활동인 대출, 차입, 스테이킹, 유동성 공급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핵심적인 기축통화(reserve currency) 역할을 수행한다.

사용자들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변동성 자산을 직접 사용하는 대신, 이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하여 DeFi 프로토콜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자산 가격 변동의 위험 없이 이자 농사(yield farming)나 대출과 같은 금융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는 자신의 USDC를 에이브(Aave)와 같은 대출 프로토콜에 예치하여 이자를 받거나, 이를 담보로 다른 자산을 빌릴 수 있다. 커브 파이낸스(Curve Finance)와 같은 프로토콜은 여러 스테이블코인 간의 효율적인 교환에 특화되어 있으며, 이는 DeFi 생태계 전체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DeFi에 안정적인 회계 단위와 교환 매개를 제공함으로써, 복잡하고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시장을 일반 사용자들이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금융 플랫폼으로 바꾸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3.3. 국경 간 결제 및 송금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파괴적인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바로 국경 간 결제 및 송금 시장이다. 수십 년간 스위프트(SWIFT) 망에 기반한 전통적인 국제 송금 시스템은 여러 중개 은행을 거치면서 1일에서 5일가량의 긴 시간이 소요되고 높은 수수료가 발생하는 고질적인 비효율을 안고 있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블록체인을 통해 P2P(Peer-to-Peer) 방식으로 가치를 직접 전송함으로써 중개자를 제거하고, 거래를 수 초에서 수 분 내에 거의 실시간으로 완료할 수 있다. 수수료 또한 거래 금액과 무관하게 네트워크 비용(gas fee)만 지불하면 되므로, 기존 시스템 대비 최대 80%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압도적인 효율성은 이미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과 같은 글로벌 결제 대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자사 네트워크에 통합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국제 B2B 결제와 해외 직원 급여 지급 등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기존의 특파원 은행 시스템(correspondent banking system)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며, 글로벌 결제 인프라의 미래가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편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3.4. 신흥 시장의 기회: 인플레이션 헤지, 금융 포용, B2B 결제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은 선진국보다 금융 인프라가 취약하고 통화 가치가 불안정한 신흥 시장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첫째, 인플레이션 헤지 및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역할이다.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터키와 같이 자국 통화의 가치가 급락하는 국가의 국민들에게 미국 달러에 페깅된 스테이블코인은 부를 보존할 수 있는 생명선과 같다. 이들은 해외 은행 계좌 없이도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디지털 달러를 보유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신의 자산을 보호할 수 있다. 이는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digital dollarization)'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둘째, 금융 포용의 촉진이다. 전 세계 수십억 명에 달하는 은행 계좌가 없는(unbanked) 또는 금융 서비스 접근이 제한된(underbanked) 사람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여 디지털 경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터넷 연결만으로 전 세계 누구와도 금융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셋째, 효율적인 B2B 및 상거래 결제 수단이다. 신흥 시장의 기업들은 국제 무역 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함으로써 환전 수수료와 시간 지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한, 해외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대금을 정산받아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나이지리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국가에서 이러한 목적의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이중적 성격을 보여준다. USDC와 같이 규제 준수를 강조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금융과의 연계를 통해 성장하는 동안, USDT는 규제의 회색지대에서 즉각적인 효용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또 다른 거대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시장이 단일한 가치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특정 사용자 그룹에게는 완벽한 규제 순응보다 당장의 유용성이 더 중요한 가치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USDT의 네트워크 효과는 단순한 투명성 이슈만으로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강력한 경쟁 우위를 형성하고 있다.

 

4. 미래 전망: 규제, 기술, 그리고 지정학의 교차점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단일한 기술적 발전이 아닌, 규제, 기술, 그리고 지정학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힘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이 디지털 화폐에 대해 상이한 정책 노선을 채택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4.1. 글로벌 규제 지형도: 미국(GENIUS Act)과 유럽(MiCA)의 상이한 접근법 비교 분석

 

2025년 현재, 주요 경제권들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기 위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구체화하고 있으며, 그 방향성은 각기 다른 철학과 목표를 반영한다.

 

Table 3: 미국과 유럽연합의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 비교

규제 측면 (Regulatory Aspect) 미국 (GENIUS Act) 유럽연합 (MiCA)
입법 현황 상원 통과, 입법 추진 중 전면 시행 (2024년 12월)
기본 철학 민간 혁신 장려, 달러 패권 강화 통화 주권 및 금융 안정성 보호
규제 범위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 자산
발행사 요건 연방 또는 주 단위 인가 기관 EU 내 인가된 신용기관 또는 전자화폐기관
역외 적용 범위 미국 내에서 사용되는 코인 EU 거주자에게 제공되는 모든 코인
CBDC에 대한 입장 개발 반대 및 금지 디지털 유로 적극 개발

출처: https://cointelegraph.com/news/uk-crypto-regulation-lags-behind-mica-genius-act

 

  • 유럽연합 (MiCA - Markets in Crypto-Assets): EU는 세계 최초로 포괄적인 암호화폐 규제 법안인 MiCA를 전면 시행했다. MiCA는 스테이블코인(전자화폐 토큰, E-money Token으로 지칭)을 기존의 전자화폐 규제 틀에 편입시켜, 발행 주체를 EU 내에서 인가받은 신용기관이나 전자화폐기관으로 제한한다. 또한, EU 거주자에게 제공되는 모든 스테이블코인에 적용되는 강력한 역외 적용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보호와 유로존의 통화 주권을 지키려는 방어적이고 신중한 접근법을 반영하며, 일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예: 테더)는 MiCA의 엄격한 준비금 요건 등에 부담을 느끼고 유럽 시장에서의 서비스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 미국 (GENIUS Act): 반면, 미국은 'GENIUS Act(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를 중심으로 민간 스테이블코인 혁신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법안은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에 초점을 맞춰 1:1 준비금 보유, 정기 감사, 발행사 인가 등을 의무화하면서도, 연방과 주 정부가 감독 권한을 나누어 갖는 다원적 규제 시스템을 허용한다. 이러한 정책의 기저에는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확산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명확한 전략적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

 

  • 기타 주요국: 홍콩, 일본, 영국 등 다른 주요 금융 허브들도 발행사 인가와 100% 준비금 증명을 핵심으로 하는 독자적인 규제 체계를 마련하며, 스테이블코인을 공식적인 금융 자산으로 인정하는 글로벌 추세에 동참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EU의 근본적인 정책 방향의 차이는 단순한 규제 수준의 차이를 넘어, 디지털 금융의 미래에 대한 상이한 비전을 보여준다. 미국이 시장 주도의 혁신과 달러 패권의 확장을 우선시한다면, EU는 국가 주도의 안정성과 경제 블록으로서의 주권 수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은 두 개의 상이한 규제 및 기술 생태계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기업과 투자자들은 이 두 시스템 사이에서 복잡한 전략적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4.2.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의 관계 설정: 경쟁, 공존, 또는 융합?

 

스테이블코인의 부상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자체적인 디지털 화폐, 즉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의 개발을 서두르게 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CBDC는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보증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로, 국가가 통제하는 중앙화된 디지털 화폐라는 점에서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 둘의 관계는 경쟁, 공존, 융합의 복합적인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 경쟁 관계: EU의 경우, 디지털 유로는 민간 스테이블코인,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으로부터 유로존의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한 '대항마'로 명확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현재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프라이버시 침해와 금융 시스템 불안정 가능성을 이유로 리테일 CBDC 도입에 반대하며, 잘 규제된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대안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는 두 디지털 화폐가 미래 결제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를 형성한다.

 

  • 공존 관계: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서로 다른 사용 사례를 중심으로 공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은 기관 간 거액 결제를 위한 '도매용(wholesale) CBDC'를 발행하고, 일반 대중을 위한 소액 결제 시장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중앙은행의 CBDC 프로그램과 함께 상업은행이 자국 통화에 페깅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허용하는 이중적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 융합 및 프록시(Proxy) 역할: 미국과 같이 리테일 CBDC 도입 계획이 없는 국가에서는, 잘 규제된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CBDC의 대리인(proxy)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향후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실물 자산이 토큰화되어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될 때, 이를 결제하기 위한 안정적인 온체인 현금(on-chain cash)이 필수적인데, 스테이블코인이 바로 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궁극적으로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는 단순한 기술적 우위 경쟁이 아니라, '디지털 화폐의 발행과 통제 주체가 누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각국의 정치적, 경제적 선택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4.3. 지정학적 관점: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과 미국 달러의 미래

 

스테이블코인과 CBDC를 둘러싼 정책적 선택은 단순한 금융 규제를 넘어, 21세기 디지털 경제 시대의 화폐 패권(currency hegemony)을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미국은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달러의 글로벌 영향력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핵심적인 외교 정책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전 세계 사용자들이 온체인에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거래하고, 저장하고, 결제하는 행위 자체가 달러의 네트워크 효과를 강화하고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한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GENIUS Act와 같은 친(親)스테이블코인 법안은 이러한 국가 전략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유럽연합은 이러한 현상을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한다. EU 내에서 USD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이는 유로존 경제의 '디지털 달러라이제이션'을 초래하여 EU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과 '통화 주권(monetary sovereignty)'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따라서 EU가 디지털 유로 발행을 서두르고 MiCA를 통해 역외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자국의 디지털 경제 생태계를 보호하고 달러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이러한 미국과 EU의 대립은 디지털 금융 분야에서 지정학적 단층선을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 규제 프레임워크와 기술 표준은 국가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중요한 외교적 도구가 될 것이며, 이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파편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4.4. 스테이블코인의 진화: 실물자산 토큰화(RWA) 연계와 제도권 금융으로의 편입

 

스테이블코인의 다음 진화 단계는 실물자산 토큰화(Real-World Asset, RWA)와의 융합에서 나타날 것이다. RWA는 채권, 부동산, 미술품, 사모펀드 지분 등 전통적인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 가능한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많은 전통 자산이 토큰화되어 온체인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 이들 자산의 매매를 위한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온체인 결제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테이블코인(또는 CBDC)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진다. 투자자들은 토큰화된 채권을 매입한 후, 그 대금을 USDC나 규제된 다른 스테이블코인으로 즉시 결제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스테이블코인과 RWA의 결합은 전통 금융(TradFi)과 탈중앙화 금융(DeFi)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시장을 넘어 제도권 금융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편입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기업의 재무 관리, 증권 결제, 무역 금융 등 거의 모든 금융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핵심 도구로 활용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미래 시나리오에서 가장 유력한 모델 중 하나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도매용 CBDC가 금융기관 간의 최종 결제를 위한 기반 인프라 역할을 하고, 그 위에서 민간 금융기관들이 각자의 특화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여 대고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안정성의 근간을 제공하고, 민간 부문이 혁신과 고객 경험을 주도하는, 공공과 민간의 강점을 모두 활용하는 효율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이 CBDC의 '대리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논의나 UAE의 이중적 접근 방식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Conclusion and Strategic Recommendations

 

이 블로그 글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보조 수단을 넘어 디지털 금융의 핵심 인프라로 진화했다. 2,000억 달러를 돌파한 시장 규모, 주요 결제 네트워크를 능가하는 거래량, 그리고 국경 간 결제와 금융 포용에서의 혁신적 잠재력은 스테이블코인이 미래 금융 지형도에서 차지할 중요성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러나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실패 사례와 지속적인 규제 논의는 이 새로운 자산 클래스가 가진 내재적 리스크와 도전 과제 또한 분명히 드러낸다.

스테이블코인의 미래는 혁신과 규제, 탈중앙화와 통제라는 근본적인 긴장 관계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이 각각 자국의 이익을 위해 상이한 규제 및 정책 방향을 설정함에 따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지정학적 경쟁의 새로운 무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각 경제 주체는 다음과 같은 전략적 접근을 고려해야 한다.

 

1. 투자자를 위한 권고 (For Investors):

  • 리스크 스펙트럼 인지: 모든 스테이블코인이 동일하게 '안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법정화폐 담보, 암호화폐 담보, 알고리즘 모델 간의 근본적인 리스크 차이를 이해하고, 자신의 리스크 허용 범위에 맞는 자산을 선택해야 한다.
  • 투명성 및 준비금 실사: 특히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에 투자할 경우, 발행사의 준비금 구성과 감사 보고서의 신뢰성을 핵심적인 실사 항목으로 삼아야 한다. USDC와 USDT의 투명성 수준 차이는 중요한 투자 고려 사항이다.
  • 디페깅 리스크 관리: DeFi 프로토콜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경우, 해당 프로토콜의 스마트 컨트랙트 리스크와 더불어 스테이블코인 자체의 디페깅(de-pegging) 리스크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2. 금융 기관을 위한 권고 (For Financial Institutions):

  • 명확한 스테이블코인 전략 수립: 스테이블코인은 더 이상 실험적 기술이 아니다. 국경 간 결제, 기업 재무 관리, 토큰화 자산 결제 등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중심으로 명확한 사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 파트너십 또는 자체 발행 검토: 규제 준수 수준이 높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향후 구체화될 규제 프레임워크 내에서 자체적인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 규제 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규제 환경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규제 준수 역량을 내재화하여 미래의 사업 기회에 대비해야 한다.

 

3. 정책 입안자를 위한 권고 (For Policymakers):

  • 혁신과 안정성의 균형: 시스템적 리스크를 완화하면서도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균형 잡힌 규제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준비금의 질과 유동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 정기적인 외부 감사 의무화, 그리고 사용자 자산 보호를 위한 강력한 장치가 필수적이다.
  • 국제적 규제 조화 노력: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파편화를 방지하기 위해 주요국 간의 규제 조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투명성, 준비금 요건, 상환권 보장 등 핵심 원칙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 국가적 비전 설정: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CBDC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금융 포용, 통화 주권, 글로벌 통화 영향력 등 자국의 핵심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디지털 화폐 모델이 무엇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사회적 논의와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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